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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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MP-EAGA의 해양안보와 해안경비대

    이숙연 국방대학교 교수     ‘해양안보’는 탈냉전과 더불어 안보의제가 군사 중심의 전통안보를 넘어 확대되고, 국제사회가 해양에서 발생 가능한 각종 불안전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유행어처럼 등장했다. 현재 해양안보에 관한 합의된 정의는 없으나, 해양환경·경제발전·국가안보·인간안보의 개념을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1.해양환경 보호, 2.해양 거버넌스, 3.해양에서의 주권 보호, 4.해양에서의 군사활동과 신뢰구축, 5.해상교통로 보호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이처럼 해양에서의 안전과 안보가 중첩되고, 해양을 통한 안보 부문의 연계성이 확대되면서 주목받는 기관이 있다. 바로 해안경비대(Coast Guard)1)이다. 해안경비대가 해양주권 수호, 해양자원 보호, 해양안전 강화, 해양치안 확보, 해양환경 보호 등을 핵심임무로 하면서 상기 5가지 관점의 국가이익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는 해안경비대 역사가 비교적 짧지만 최근 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BIMP-EAGA 국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바캄라(BAKAMLA)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해안경비대는 2014년 ‘해상업무에 관한 법’에 따라 신설되었다. 이전 조직인 해상조정위원회(BAKORKAMLA)가 해양안보와 관련한 여러 기관(국방부, 교통부, 재무부, 법무부 등)을 조정하는 역할만 수행할 뿐 해양경비 능력과 법 집행 기능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 조직을 창설한 것이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1967년 공화국법 5173를 통해 공식 명칭을 얻었으나 당시에는 해군 예하부대로 편제되었고, 1998년에 교통통신부 산하 민간 기관으로 이관되었다. 이후 2009년 ‘필리핀 해안경비대법’에 따라 별도의 기관으로 독립하였으며, 해양안전, 해양환경, 해양안보, 법 집행 및 해상 수색구조 등의 권한을 명문화함으로써 EEZ에서의 권리와 이익에 대한 1차 집행기관이 해군에서 해안경비대로 전환되었다. 말레이시아의 해안경비대 논의는 1999년 국가안전보장회의의 ‘말레이시아 해안경비대 설립에 관한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서 시작되었다. 2004년 ‘해양법 집행기관 법’이 통과된 후 2005년 발효되어, 2006년 3월 21일 해안경비대가 공식 출범하였다. 이들과 달리 브루나이는 별도의 독립 조직이 아닌 해상경찰(POLMAR)의 명칭으로 경찰청에 속해 있어 역량과 임무가 제한적이며, 해군이 해양통제에 관한 많은 기능을 수행한다. 가령, ‘브루나이 어업법’에 따라 EEZ에서의 불법조업 감시, 통제, 법 집행 등의 임무는 주로 해군이 수행하며, 해상경찰의 집행 권한은 해안선에서 6해리까지로 제한된다. 이들 국가가 2000년대에 이르러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거나 기존 해안경비대 역량을 강화하는 등의 변혁을 모색한 데는 경제성장에 따른 해운수요 급증, 반대급부로 야기된 해상범죄의 증가, 중국의 해경국 확장(5개의 해양 관련기관 중 4개 기관을 통합)을 통한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움직임 등이 작용했다.  비록 늦은 출발이었지만 이들 국가는 최근 들어 해안경비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체 역량 강화와 역내 협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해양을 통한 국익, 즉 해양안전과 관련한 ‘번영’, 해양주권과 관련한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 대응에 해안경비대가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0년 이후 특히 해안경비대 및 해상민병대 함선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어선, 어업감시선, 해양조사선 등 비군사 선박 운용을 확대함으로써 연안국의 군사적 대응 및 동맹체계 작동을 제한하고 있다. 1990년 이후 건조된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은 64척으로, 미국(44척)과 일본(23척)을 넘어섰으며, 인민해방군 군함에서 전환된 20여 척을 포함해 150여 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해안경비대의 이러한 양적 팽창은 주요 분쟁지역에 대한 순찰 확대로 이어졌다. 필리핀의 세컨드 토마스 숄(Second Thomas Shoal)에서의 순찰은 2020년 232일에서 279일로, 스카버러 숄(Scarborough Shoal)은 287일에서 344일로, 말레이시아 원유 및 가스 개발 지역인 루코니아 숄(Luconia Shoals)은 279일에서 316일로 각각 증가했다. 또한 인도네시아가 투나 블록(Tuna Block)의 유전 및 가스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중국의 최대 경비함 5901호가 2022년 12월 30일부터 나투나 해역에 진입하고 있다. 이 함정은 미 유도탄 순양함 크기의 2배에 달하는 1만 2천톤 급으로, 북나투나와 말레이시아 사라왁(Sarawak) 탐사 블록 인근을 집중 순찰한다. BIMP-EAGA 중 중국 해안경비대로 가장 큰 피해를 겪는 국가는 필리핀이다. 모든 남중국해 개발사업이 중단 중이며, 방해가 가장 심했던 리드뱅크(Reed Bank) 탐사는 2023년 초 재개 후 또다시 중단되었다. 주권 침해도 악화되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취임 후 올해 2월까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정부의 불법조치에 대해 77건의 외교적 항의를 제기했으며, 중국이 필리핀 해안경비대를 염두한 군사용 레이저를 세컨드 토마스 숄 인근에 배치하자 지난 2월 몇 년 만에 중국대사를 소환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중국 군함 및 해안경비대, 해상민병대 추정 42척의 선박들이 티투(Thitu)섬 4.5~8해리에 정박했으며, 이는 영해에서의 무해통항과 필리핀 영토보존에 대한 명백한 위반 행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남아 각국은 해양주권 수호를 위한 경비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2년 ‘나투나 해역의 안보배양’ 예산 항목에 약 8억 5300만 달러를 배정하면서 해군 무기체계 개선(41%)보다 해안경비대의 장비(44%)에 더 많은 예산을 할당했다. 필리핀은 2018년 승인한 해안경비대 인력충원 계획에 따라 현재 23,000명까지 확대하였으며, 이는 24,000명의 필리핀 해군과 유사한 규모이다. 자체 역량강화와 더불어 의미있는 지역 협력도 시작하였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등 6개국 해안경비대 회의가 2022년 2월 최초로 개최되었으며, 당시 인도네시아 해안경비대 사령관은 “9단선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가) 현장에 있다면 공동 행동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역내 협력과 병행하여 해안경비대 능력 구축 및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필리핀은 2022년 미국, 일본 해안경비대와의 3자 훈련을 두 차례 실시하였으며, 올해 2월 미·필 해안경비대 공동순찰에 합의하였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이래 미국 해안경비대와의 훈련 및 해군과의 합동 훈련을 지속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역시 2019년 미 해군과의 양자훈련 25년 만에 처음으로 해안경비대를 포함했다. 미·중 경쟁하에서 이들이 미국과의 협력을 비교적 쉽게 확대할 수 있는 이유는 해안경비대가 주로 법 집행과 안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갈등을 확대하지 않으면서도 국익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안경비대는 법에 의한 지배를 지지하면서 역내 규칙기반 질서를 강화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미국이 2022년 ‘인도-태평양 전략’에 지역 해안경비대에 대한 자문, 훈련, 전개, 역량강화를 확대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필리핀 발라그타스(Balagtas)와 인도네시아 바탐(Batam)의 해안경비대 훈련센터에 교육과 장비,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2022년 필리핀 해안경비대에 1억 6천만 달러 상당의 장비를 제공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작년 11월 미 부통령의 필리핀 해안경비대 방문과 오스틴 국방장관의 “해안경비대에 대한 전례없는 투자” 발언도 동일한 맥락이다. 인태 전략을 통해 규칙기반 질서에 대한 의지를 표방한 한국도 BIMP-EAGA 국가 해안경비대와의 양자 및 소다자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해양경찰청은 아세안 국가 중 인도네시아 및 싱가포르만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는데, 이를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으로 확대하고, 신규 ODA 사업의 적극적 발굴과 해안경비함정의 양어를 통해 국제 개발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한국 해양경찰의 교육훈련에 대한 이들의 관심을 고려하여 해양치안기관 초청 연수나 현장체험, 위탁교육 등의 기회를 확대하고, 정보공유 협력, 해안경비대간 대화, 양자 및 소다자 훈련 등을 추진한다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한국, 그리고 올해로 창설 70주년을 맞는 한국의 해양경찰 위상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 1) 국가마다 해양법 집행기관을 지칭하는 명칭이 상이하나, 본고에서는 해안경비대로 통일한다.    

2023.04.27

對 아세안(ASEAN) 협력과 한-해양동남아 협력기금(BKCF)

    홍순범(전 코이카 부산 사무소장)        ‘아세안’이라는 개념은 그동안 학자나 관련 관계자가 아니면‘동남아시아 국가들’정도로만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10년 전후로 아세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국내에서 개최된 세 차례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2009, 2014, 2019)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2019)는 아세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행사 개최도시인 제주(2009), 부산(2014, 2019)에서의 관심도는 매우 컸다.      또한, 아세안은 지난 정부의 신남방 정책을 필두로 상생발전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급격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새로 출범한 우리정부는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개최된「2022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등 아세안 관련 다자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對 아세안 협력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對 아세안 협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외교관계에서 전략적 공조를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부분 대화상대국(1989), 완전 대화상대국(1991),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2004), 전략적 동반자 관계(2010)를 순차적으로 수립했고, 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5주년인 2024년에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아세안과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아세안 대화상대국과 맺는 최고 단계의 파트너쉽이다.      우리는 왜 아세안에 대해 더욱 주목하고 있는가? 몇 가지 대표적인 이유는 먼저, 외교적으로 아세안은 회원국 모두 남북한 동시 수교국으로 한반도 이슈의 중요 파트너이다. 또한, 아세안은 인적교류 및 경제적인 면에서 한국의 제1위 방문, 제2위 교역, 제3위 투자 대상지역(2021 기준)이다. 무엇보다도 아세안은 한국의 중요한 개발협력(ODA) 파트너이기도 하다. 한국의 27개 ODA 중점협력국 중 아세안은 6개국(CLMV+인도네시아, 필리핀)이 포함되어있고 우리나라 전체 ODA의 약 29%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한국의 개발협력(ODA) 전략과 아세안 국가들의 개발정책 및 수요에 기초하여 교통, 물, 보건․위생, 교육, 환경보호, 에너지 등의 중점협력 분야를 선정해 개발협력사업(ODA)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협력(ODA) 분야는 우리정부의 對 아세안 협력전략으로 정치, 경제, 안보 등에서 상호 공조와 협력을 위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아세안과의 실질적 협력 강화를 위한 재정 기반으로 3개 협력 기금도 운영해왔다. 2022년 현재, 한-아세안 협력기금(AKCF, ASEAN-ROK Cooperation Fund, 1990)은 연간 1,600만불을 아세안 사무국에 기탁해 운영 중이다. 아세안 10개국을 대상으로 각종 교육, 훈련, 교류, 협력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한-메콩 협력기금(MKCF, Mekong-ROK Cooperation Fund, 2012)은 연간 500만불을 메콩연구소에 기탁, 메콩 5개국(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태국)의 개발 격차완화 및 연계성 증진과 한-메콩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한-해양동남아 협력기금(BKCF, BIMP-EAGA-ROK Cooperation Fund, 2021)은 가장 최근에 조성된 기금으로 4개 회원국의 환경 분야 개발에 대한 공통된 수요를 반영해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기탁처로 지정, 연간 300만불의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환경, 관광, 연계성(교통, 무역, 투자, ICT, 에너지 인프라 등), 농수산 협력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이 기금들은 향후 5년에 걸쳐 현재의 2배 규모로 대폭 증액될 예정이다. *GGGI는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에 설립된 국제기구.(2010.6월    비영리 재단 → 2012년 6월 국제기구로 공인)       한편, 아세안 내에는 IMS-GT(1989), IMT-GT(1993), GMS(1992), BIMP-EAGA(1994)  등 다양한 소지역 협력체가 있다. 그 중 BIMP-EAGA는 아시아금융위기(1997)로 한동안 침체기를 겪기도 했으나 최근 우리나라와 본격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한국은 2021년부터 한-해양동남아 협력기금(BKCF, BIMP-EAGA-ROK Cooperation Fund)을 조성해 BIMP-EAGA와의 협력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동향을 보면 한(韓)-BIMP-EAGA 고위관리회의(SOM, 2021, 2022)를 통해 협력기금(BKCF)의 증액, 환경(기후변화대응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 포함), 연계성, 관광 등 중점협력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협력기금(BKCF)의 1차 사업공모에서는‘민다나오 카카오 농가 돕기 프로젝트’와 ‘재생에너지 인증 시스템 구축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가 선정되었고, 2차 사업공모에서는 태양광발전, 상수도개선, 생태관광 등 주로 환경, 관광분야에서 총 8개 제안사업이 선정되었다.      협력기금(BKCF)의 운용에 대한 현황을 보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첫째, 공모에 의한 사업선정이다. 한국과 BIMP-EAGA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대학, 연구소, NGOs를 대상으로 한 공모를 통해 사업을 선정해 기금을 지원한다. 둘째, 타 아세안 관련 기금에 비해 기금규모가 적다. 시작단계의 기금이라 현재는 300만불 수준이고, 한-아세안협력기금(AKCF, 1600만불), 한-메콩 협력기금(MKCF, 500만불)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다. 셋째, 사업기간이 단기(1~2년)이고, 예산대비 사업선정 수가 많다. 기금운용 실행기관인 GGGI의 사업비 지원 규정에 따르면, 지원액은 사업제안 기간에 따라 1년은 5만불~30만불, 2년은 10만불~최대30만불이다. 다국 사업인 경우는 국가 당 최대 20만불까지 지원이 가능하다고 되어있다. 요약하면, 1개 사업 당 연간 지원금은 최소 5만불~10만불(약6천5백~1억3천), 최대 30만불(약3억9천) 정도다. 이를 통해 최근 2차 사업제안 공모에서 선정된 8개 사업의 사업규모도 짐작해 볼 수 있다.     한(韓)-BIMP-EAGA 간 효과적 파트너쉽과 협력을 위해서는 협력기금(BKCF)에 대한 전략적, 효율적 운용 방안과 관련,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해당 지원액 수준에서 BIMP-EAGA 內 타 해외 공여기관의 ODA사업, 우리정부의 기존 對 아세안 유․무상 ODA 사업, 한-아세안 협력기금(AKCF) 등과 차별화된 전략이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초기 단계라 아직은 명확한 중장기 전략이나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기금 확대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 기대가 된다.      향후 협력기금(BKCF)이 발전하고 성장하기위해서는 기존의 형태를 공고히 하되 다음과 같은 변화와 노력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첫째, 해양․수산분야 ODA를 강화해야 한다. 해양 동남아 협력에 중점을 둔 기금에 걸맞게 수산 양식, 가공, 저장, 수산협동조합 등 해양수산 분야를 특화산업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기금운용 형태를 고려하면 매우 파급력이 크고 BIMP-EAGA의 비전에도 부합하는 전략 분야가 될 것이다. 둘째, 공모사업에 의한 의존을 탈피해야 한다. 공모사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무리하게 많은 사업을 선정하는데 얽매이다보면 협력기금 본래의 전략적 방향성을 상실할 수 도 있다. 또한 효율성이나 파급력이 저조해 질수도 있어 이를 경계해야한다. 필요시에는 공모사업 외 별도의 ‘전략․기획사업’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 셋째, 회원국의 균형 있는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해양동남아 4개국이 공모사업을 제안하는데 있어 편중되지 않고 균형있는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조정의 노력도 필요하다.      아직은 한국과 BIMP-EAGA 간 협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나 인지도가 충분하지 않다. 회원국 경제성장을 위한 현지 지원사업 뿐만 아니라 학술행사와 온라인 홍보 등을 통해 국내에서의 인식제고 활동도 필요하다. 그리고 BIMP-EAGA와의 교류협력 확대를 통해 BIMP-EAGA 대한 지역적 이해와 면밀한 후속 연구가 이어진다면 한-해양동남아 협력기금(BKCF, BIMP-EAGA-ROK Cooperation Fund)이 BIMP-EAGA 발전과 한-아세안이 상생․협력의 파트너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한다.               

2023.03.20

한국 인태전략의 “포용, 신뢰, 호혜” 원칙과 한-BIMP-EAGA 협력

    세종연구소 최윤정 인도태평양연구센터장       2022년 12월 28일에 한국 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였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전략)은 “포용, 신뢰, 호혜”의 3가지 협력의 원칙과 9개 중점 추진 과제를 제시하였다. 인태전략은 한국 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의 비전하에 처음으로 제시한 지역전략이다. 성공적으로 지역전략을 발표한 한국 정부가 풀어야 할 다음 과제는 전략의 취지에 맞는 이행일 것이다.   한국의 인태전략은 특별히 아세안을 대상으로는 하는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한-아세안 협력의 플랫폼을 이미 상당 부분 갖추고 있다. 한국은 1989년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으로 수교를 시작한데 이어 메콩강 경제권(Greater Mekong Subregion, GMS)에 속한 아세안 대륙부 국가들과는 2011년부터 시작한 파트너십을 2020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2021년에는 아세안 동쪽에 위치한 4개 해양국가(브루나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의 저개발지역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BIMP-EAGA 1) 와도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아세안의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소지역 차원의 협력 체계를 완비해놓았다. 이처럼 제도적 기반을 다진 아세안과의 협력은 한국의 인태전략이 가장 빠르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결실을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다.   아세안과의 협력은 또한 다른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으로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도 각별한 중요성을 지닌다. 아세안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및 EU와 유럽의 각 국이 발표한 인태전략에서 핵심적인 파트너로 지목되었으며,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은 지역협력의 원칙으로 거론된다. 한국의 인태전략이 아세안에 피봇(pivot)을 두었을 때 여타 파트너와의 협력도 용이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BIMP-EAGA와의 협력을 한국의 아세안과의 파트너십과 인태전략 실천의 본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BIMP-EAGA는 BIMP 4개국 면적의 62.4%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19.3%, 노동가능인구는 18.5%로 더욱 작다. 하지만 무역에 대한 기여도는 BIMP 중 24.5%이고, 코로나 기간 중에도 유독 해외직접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거듭하였다. 2) 국경간 이동이 막히면서 2021년에는 오로지 국내 관광(99.8%)에만 의존할 정도로 관광 산업이 타격을 받았지만 2023년 해외관광객 유입으로 관광산업이 회복되면 경제성장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더욱이 2023년은 BIMP-EAGA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아세안의 의장국을 수임하는 해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로 지연되었던 수도 이전 프로젝트도 재개하였는데, BIMP-EAGA 지역인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의 Kutai Kartanegara와 North Penajam Paser로 수도를 이전하면 BIMP-EAGA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정부도 이 지역 개발에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아세안 내에서도 새로운 성장의 중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BIMP-EAGA의 성장을 돕는 것은 한국 입장에서 새로운 생산기지와 시장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 유인으로 역내 진출을 도모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인태전략에서 BIMP-EAGA와의 협력을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BIMP-EAGA의 성장성을 실현하는 “호혜” 원칙의 관점에서 접근해보자. 아세안은 아세안 헌장 21조 2항에서 특정 이슈에 관련된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소지역 협의체의 설립 근거를 마련해두었다. BIMP-EAGA는 아세안 헌장의 정신에 충실한 소지역 협의체로서 연계성(Connectivity), 식량(Food Basket), 관광, 환경, 사회‧문화‧교육과 같은 분야를 중심으로 현재 동남아 4개 회원국이 개발파트너(중국, 일본, 호주, 한국)와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슈를 중심으로 협력의 내용, 형식, 참여국을 정할 수 있는 탄력성을 보유하고 있기에 BIMP-EAGA는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상호호혜적인 소다자 협력을 도모하기에 매우 적절한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호혜” 원칙을 상기하며 한국은 인태전략의 9개 중점 추진 과제 중에서 BIMP-EAGA의 2025 비전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표> 한국 인도-태평양전략과 BIMP-EAGA 협력 분야 매칭의 예   출처: 한국의 인태전략 및 BIMP-EAGA 비전 2025 자료집을 토대로 저자 작성         협력의 잠재력이 높은 분야 중 하나가 해양의 연계성과 안보의 증진이다. 연계성은 아세안에서도 최상위에 두고 있는 협력 의제이며, 도서 지역이 많은 BIMP-EAGA 회원국들이 다른 지역과 교류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연계성 구축이 더욱 절실하다. BIMP-EAGA 회원국들은 특히 한국이 해양 연계성 사업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이 패권적 의도가 없는 신뢰할 수 있는 중견국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에너지와 자원들이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 등 동남아 해역을 통과해야 하는 지역 해양안보의 이해당사자”라는 이유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는 공고한 상호 신뢰에 기반한 협력 관계를 추구하는 “신뢰” 원칙과 연결된다. 해양 연계성은 궁극적으로 해양안보가 뒷받침 되어야하며, 안보 협력에서 국가간의 신뢰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해상교통로를 둘러싼 미⸱중간 해양패권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해양 동남아 국가의 안보적 중요성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도 2019년 BIMP-EAGA 정상회담에서 BIMP-EAGA가 납치, 해적 행위와 같은 해양 안보 관점을 보다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고 나아갈 것을 당부한 바 있다. 3)   한국은 인태전략에서 한국이 해양국가라는 점과 이 지역 해양의 자유, 평화, 번영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BIMP-EAGA는 한국이 해양의 안보와 번영을 추구하기 위하여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필요 없이 이미 구축한 플랫폼을 이용하여 협력을 서서히 실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인태 지역 질서를 해양안보 차원에서 수립해나가는 효과적인 출발이 될 수 있다. 한국이 BIMP-EAGA를 한국 해양 협력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이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에서 차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한국 해양 협력이 실체를 갖고 진일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BIMP-EAGA와 소다자 협력이 본궤도에 오르면 지역 및 조직의 측면에서 확장성을 추구할 수 있는 개방형 협력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 때 확장성은 역내에서는 동남아와의 중층적 협력 기제로 활용하는 한편 지역의 주요 대화상대국이 참여하는 협의체와 유기적인 협력을 모색함을 의미한다. 즉, 개방적 지역주의를 적용하여 다른 개발파트너인 일본, 호주, 중국과도 삼자협력을 시험해 보고, 나아가 해양 관련 국가 및 협의체와의 협력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이처럼 한국 인태전략의 핵심 원칙인 “포용”을 구현하는데 있어 BIMP-EAGA는 모범적인 시범 케이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끝.             1)브루나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동아세안 성장지대(Brunei Darussalam -Indonesia-Malaysia-Philippines East ASEAN Growth Area)는 1994년 출범한 이래 현재 정상급 회의를 개최하는 소지역 협의체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BIMP-EAGA에 대한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은 2019년 97억불, 2020년 128억불, 2021년 136억불로 매년 증가하였는데, 국내투자는 70억 달러 수준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BIMP-EAGA at a glance: A StatisticalInformation Brief 2022).   3)https://news.detik.com/berita/d-4596923/ktt-ke-13-bimp-eaga-jokowi-ingatkan-peningkatan-keamanan-kawasan-maritim          

2023.02.21

BIMP-EAGA 맞춤전략은 ‘그린 파트너쉽’으로 나아가야

    고영경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 연구교수)     2022년 한국의 새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중심으로 외교전략을 구상하고 있고, 아세안 정책도 그 일환으로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쉽으로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 아세안 정책 아래 한국과 소지역협력체와의 협력도 확대될 전망이다. 지리적으로 해양부와 대륙부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있는 아세안 내에서 지리적 인접성과 개발 현안을 공유하는 여러 소지역협력체 중 하나가 동아세안성장지대 BIMP-EAGA이다. 동남아 해양지역을 아우르는 BIMP-EAGA는 지정학적 측면과 생명 다양성에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한국과의 협력은 제한적이었고 대표적인 사업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 BIMP-EAGA 협력이 크게 진전되지 못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먼저 한국의 BIMP-EAGA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지 않았으며 적극적인 협력관계 수립이 다소 최근 진행되었다는 시간상의 한계가 있다. 2009년 처음으로 BIMP-EAGA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가 출범했지만 한국은 2020년 11월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한-해양동남아 협력 구상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한국의 BIMP-EAGA 협력기금은 2021년에 신설되었는데 기금 규모도 2021년 100만 달러, 2022년 300만 달러 규모로 증액되었지만, 아직은 메콩협력기금보다 적은 규모이다. 장기적인 사업이나 대규모 프로젝트는 당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행히 2023년 한-아세안 협력기금 규모를 두 배 증가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으므로 BIMP-EAGA 기금 규모 역시 확대될 예정이다. 따라서 향후 BIMP-EAGA에서 중장기 사업 계획이 가능해지고 프로젝트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두번째, BIMP-EAGA의 의사결정구조와 실무담당 협의 과정이 복잡하다. 동남아 해양부의 소지역 협의체인 BIMP-EAGA는 1992년 필리핀의 라모스 대통령이 제안했으나 2003년이 되어서야 첫 번째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 이후 아시아개발은행의 지원으로 개발 로드맵(2006-2011)과 실행 청사진(2012-2016)이 채택된 이후에야 BIMP-EAGA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관련 당사국이 4개이고 각 국가의 해당 지역 지방정부까지 포함해 이해당사자가 많다 보니 BIMP-EAGA 지배구조는 복잡하고 진행 체계가 다층적이어서 협의, 실행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한국과의 실무적인 협의도 당연히 신속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과 BIMP-EAGA의 공동의 관심분야 “그린”에서 길을 찾아야   뒤늦게 출발했지만 한국이 BIMP-EAGA와의 협력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시키려면 상호간의 공통 이해 구간을 찾아내고 여기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BIMP-EAGA가 추구하는 목표는 ‘비젼 2025’에 명확하게 담겨있다. 그 목표는 인프라 구축과 산업 개발을 통한 경제적 발전을 이룩하여 궁극적으로 지역간 개발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EAGA 지역의 빈곤율이 국가 전체 평균보다 각각 14, 7.9 퍼센트포인트 더 높고 소득 수준이 더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BIMP-EAGA가 협력을 가장 크게 기대했던 부분은 교통 인프라와 연계성 증대이다. 해양 도서지역은 지리적 여건 탓에 인프라 개발이 내륙지방보다 낙후되었고 이는 경제개발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또한 해양지역은 기후 위기에 취약하기 때문에 인간다운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절박한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이 BIMP-EAGA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집중된다면 효율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다. 한국의 ODA 지원금 규모로는 일시에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를 감당하기 어렵고 민간자본은 수익성이 낮아 참여가 힘들다. 더군다나 해양 도서지역의 인프라 건설은 더 많은 자본과 기술 투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리스크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건설 인프라를 떠나 산업 부분을 살펴보자. 천연자원과 농수산물의 수출 그리고 관광업이 BIMP-EAGA의 성장을 견인해왔다. 농수산업과 제조업의 발전과 동시에 환경생태 보호를 위한 지원도 중요하다. BIMP-EAGA 지역은 전 세계의 60%에 해당하는 열대 해안선과 산호대가 형성되어 있는 해양생태계의 보고이자 세계적 규모의 열대우림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 자원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그린이나 순환경제로의 전환이라는 맥락 속에서 BIMP-EAGA는 인프라와 산업개발 협력을 중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그린 경제,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BIMP-EAGA와 한국 모두에게 우선적 과제이며,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생태환경 보호라는 내부 요인과 글로벌 시장의 환경규제 강화라는 외부요인이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브루나이는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선언하였으며 말레이시아는 2050년 이후, 인도네시아는 2060년까지 넷제로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필리핀은 넷제로 시한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아세안 경제공동체 차원에서도 2021년 순환경제 프레임워크(Framework for Circular Economy for the AEC)를 채택하였고 아세안 택소노미가 2021년 공개되었다. 한국은 2050 넷제로 목표를 설정했으며 이를 위해 새정부는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세웠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BIMP-EAGA 4개 국가와 한국 모두 그린 경제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배출권 확보도 시급한 과제이다.   한국과 BIMP-EAGA가 그린경제나 순환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상호협력과 기술 공유가 필요하다. 그린경제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 에너지 효율화나 친환경 교통수단, 그린 빌딩, 폐기물 처리, 스마트 농수산업 등 여러 분야를 포괄한다. 그렇지만 그린경제 전환은 단순히 켐페인이나 지원책으로 개발되는 것이 아니며 그린테크나 클린테크 그리고 디지털이 결합된 기술이 적용될 때 달성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해양폐기물처리는 인공지능 솔루션이, 양식장과 농장은 센서와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팜 기술이 생산성을 높이면서 환경을 지키는데 일조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코발트와 흑연, 희토류의 채굴 및 제련과정에서는 환경오염이 발생하며 폐배터리 처리도 쉽지 않다. 생산과정에서 오염을 발생시키지 않고 이차전지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자동화 설비 구축을 위한 투자와 함께 상당한 친환경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그린테크 분야의 기술은 BIMP-EAGA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이고, 한국기업들이 보유한 강점이다. 만일 한국정부의 지원 하에 한국의 테크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BIMP-EAGA 그린 협력 사업에 참여한다면 해당 지역의 현지 파트너와 지역사회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고, 참여한 한국기업들은 협력사업을 통해 더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와 해외시장 진출 경험을 갖게 된다. 중견기업과 대기업들이 참여한다면 현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면서 글로벌 ESG 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특히 탄소배출권 확보에 비상이 걸린 한국기업들에게 BIMP-EAGA과의 협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BIMP-EAGA 지역은 탄소감축비용은 낮고 조림배출권 생산 여건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외정책에서 상대국에 대한 맞춤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맞춤전략이 성과를 거두려면 우리의 강점과 상대방의 필요가 일치해야 한다. 한국과 BIMP-EAGA의 공통된 우선순위 분야는 대형인프라가 아니라 그린섹터이다. 적은 기금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기후대응에 공조 명분과 현지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면서, 한국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을 지원하는 ‘한-BIMP-EAGA 그린 파트너쉽’이라면 맞춤전략으로 적절하지 않을까.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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